10여 년간 거래해온 애플과 퀄컴이 결별했다. 두 회사는 작년 1월부터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에 퀄컴 대신 인텔의 모뎀칩을 사용할 전망이다.

조지 데이비스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이 아이폰 차기작에는 모두 경쟁사의 모뎀칩만 적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이 언급한 경쟁사는 2016년부터 애플에 모뎀칩을 공급해온 인텔로 추정된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을 만들 때부터 퀄컴으로부터 모뎀칩을 구입했다. 2016년 9월 출시한 아이폰7, 7플러스 모델부터는 인텔과 퀄컴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인텔칩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1월이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에 사용하는 퀄컴칩의 로열티 비용이 과다하다며 퀄컴에 10억달러 규모 배상금을 요구했다. 퀄컴도 같은해 10월 애플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과 중국에서 아이폰7 판매와 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등 맞소송에 나섰다.

소송이 시작되면서 애플이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지난 2월 애플 전문가인 밍치궈 TF인터내셔널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올해 하반기 나올 아이폰용 모뎀칩의 독점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업체가 다시 화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텔의 모뎀칩 기술은 퀄컴을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칩이 내장된 아이폰7 이후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퀄컴칩을 적용한 모델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시넷은 퀄컴이 5세대(5G) 통신칩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애플이 퀄컴칩을 쓰지 않을 경우 5G 스마트폰 출시가 경쟁사보다 늦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