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시신경 지나는 사상판 휘어지면… 녹내장 발생 위험 높아져요"
시신경 섬유가 지나는 사상판이 많이 휘어질수록 녹내장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사진)팀은 녹내장 의심환자 87명을 대상으로 사상판 굴곡 정도를 분석했더니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녹내장은 시신경 이상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이다. 시신경 장애 때문에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좁아져 답답하게 보이고 중심시력이 떨어져 실명에 이른다. 녹내장 환자는 사상판에서 시신경 손상이 생긴다. 사상판은 눈 뒤쪽으로 시신경 섬유가 지나는 부분에 얼기설기 뚫려있는 그물 모양의 조직이다. 눈 속 압력이 높아지면 정상이던 사상판이 바깥으로 눌리거나 휘면서 사상판 구멍이 찌그러진다. 이때 구멍 사이를 지나는 시신경 섬유와 혈관이 눌리고 신경이 손상되면 녹내장이 생긴다.

녹내장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돼 시야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말기인 환자가 많다. 연구팀은 사상판을 확인하면 녹내장 발병 위험을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신경이 손상되기 전 사상판이 뒤로 많이 휘어져 있으면 시신경 손상이 빨라지고 녹내장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상판이 편평한 환자는 시신경 손상이 지속되지 않았고 녹내장도 생기지 않았다. 김 교수는 “사상판 곡률을 확인해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조기에 치료해 시야손상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낮은 환자에게는 시야 및 시력상실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녹내장은 만성질환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지속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말기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진단기술이 발달하고 관련 연구도 늘면서 녹내장이 어떻게 생기는지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치료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안압이나 혈류 등 다양한 요인이 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환자마다 최적화된 치료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