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아밀로이드가 아니라 새로운 표적을 대상으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키는 신약 후보물질이 잇달아 임상에 실패하면서다.

K바이오, 새 치매치료제 개발 나선다
국내 바이오벤처 아델은 타우 단백질의 변형(인산화)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과 함께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델은 알츠하이머 치료 항체를 최적화해 2019년께 전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변형된 타우를 감지하는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키트도 개발할 예정이다.

윤승용 아델 대표는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가 발병하기 20여 년 전부터 뇌 안에서 증가하기 시작해 발병하는 시점에는 뇌에 꽉 찬다”며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면 베타아밀로이드는 변화가 없지만 타우는 발병하기 조금 전부터 축적이 시작돼 말기까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뉴라클사이언스는 신경교흉터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발굴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경교흉터는 신경에 생기는 흉터다. 신경세포가 손상됐을 때 상처 부위를 감싸 나머지 신경 조직을 보호한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에 신경교흉터가 사라지지 않으면 신경 재생이 불가능해진다. 뉴라클사이언스는 항체를 통해 신경교흉터의 생성을 막고 신경세포의 재생을 유도하면 알츠하이머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료제 후보물질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 완료 후 2020년 글로벌 임상 진입이 목표다.

젬백스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축적을 동시에 막는 것으로 확인된 후보물질 GV1001로 국내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과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의 신경세포 재생 기능을 이용해 각각 국내 1상 및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력 감퇴와 인지기능 장애로 이어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제도 없다. 지금까지 베타아밀로이드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은 잇달아 중단됐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11월, 머크는 올 2월 베타아밀로이드는 줄였지만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없어 임상 3상을 포기했다. 김봉철 뉴라클사이언스 대표는 “베타아밀로이드 기반의 신약 개발은 20여 년 동안 1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새로운 표적과 기전을 찾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