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선모씨(28)는 얼마 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뒤 노트북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진 것을 발견했다. 평소에 조용하던 냉각팬이 자주 돌아가면서 소음도 심해졌다. 선씨는 “컴퓨터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안랩의 보안소프트웨어(SW)인 안랩세이프트랜잭션(ASTX)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ASTX를 삭제하니 노트북 속도가 빨라지고 소음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보안SW업체 안랩이 만든 금융보안 백신 ASTX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ASTX를 설치한 뒤 컴퓨터가 느려졌다” “ASTX가 자동으로 설치되는 게 꺼려져 스마트폰뱅킹만 쓴다”는 등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블로거는 “외국 은행에서 거래할 때는 별도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강제로 사용하게 하는 은행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속도 저하 원인은 인터넷뱅킹 작업을 마쳐도 ASTX가 컴퓨터 메모리(기억장치)에 계속 남아 작동하면서 시스템 자원을 잡아먹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랩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이 작업 뒤에도 계속 메모리에 남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은 이 같은 ASTX의 동작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보안SW업체 관계자는 “ASTX는 인터넷뱅킹 창 종료 뒤에도 금융보안 기능이 계속 작동하도록 기본으로 설정해놨다”며 “인터넷뱅킹을 종료한 다음에도 보안 기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랩 관계자는 “별도로 마련한 ‘종료 기능’을 선택하면 최소한의 보안 기능(URL 감시)만 남아 컴퓨터 성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한 보안SW업체 임원은 “사용자가 별도로 종료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프로그램 설치 때 이에 대한 공지조차 없는 것은 문제”라며 “이를 모르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PC 속도가 느려지는 등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C 성능 저하를 막으려면 인터넷뱅킹이 끝나면 알아서 보안 기능이 꺼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