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환경을 잘 간파하는 것은 사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이 점에서 한국은 독특함이 남다르다.

보편성이 떨어지고 한가지 사안에서 유리한 점과 정반대의 측면이 공존한다.

지난 92년 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들어와 IT(정보기술) 사업을 하면서 아직도 창조성을 발휘하기가 매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벤처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먼저 대기업과의 건전한 공존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드는데는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IT 사업은 대부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많은 투자 없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분야다.

그만큼 사업 위험성도 적지 않아 대개 벤처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이 작은 시장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에는 ''8A 컴퍼니''란 제도가 있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8A 컴퍼니'' 지정을 신청하는데 정부는 매년 프로젝트의 30%를 쿼터에 따라 ''8A 컴퍼니''들에 발주한다.

''8A 컴퍼니''가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엔 대기업이 이 중소기업과 제휴, 노하우를 전수한다.

정부로부터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하고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국내의 작은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과 세계시장에 동반진출한다면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

둘째 기술에 치중해온 벤처기업들도 이젠 마케팅, 특히 고객에 초점을 맞춘 경영에 중시해야 할 시점이다.

요즘 사업성이 좋다는 분야에는 우수 인력들이 몰리고 사업전략 측면에서 장기적 계획보다 단기적 판매에 연연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IT 분야에서 단기간에 몇몇 고객을 위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러 기업이 동시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다 보면 다같이 손실을 보게 마련이다.

시장 형성기에는 상품의 기능을 구현하는게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성 및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시장 흐름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고객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고 함께 변화하면서 성장하는 파트너십을 갖춰야 한다.

셋째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높은 직원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IT벤처의 경우 거액을 들여 길러온 고급 인력들이 한꺼번에 퇴사, 경쟁자로 둔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IT 창업이 소자본으로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로열티가 적은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로열티가 높은 직원을 우대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넷째 벤처기업을 살리려면 실력중심의 거래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현재 IT를 포함한 수많은 비즈니스의 성패가 이른바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갈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사업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인맥이나 특수관계 없이는 사업 자체가 어려울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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