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야, 스니커즈야?…20만원 넘는데 불티나게 팔리는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제화(신발 제조)업은 섬유 못지 않게 사양화한 산업이다. 일본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신발 브랜드가 여럿 존재하지만 생산은 대부분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한다. 그런 일본에서 100% 수작업, 100% '메이드 인 히로시마'를 고집하는 신발회사가 있다.

고급 스니커즈 브랜드 스핑글무브를 만드는 스핑글컴퍼니다. 지금은 한 켤레 20만원이 넘는 스니커즈를 생산하는 스핑글컴퍼니지만 원래는 싸구려 고무장화를 대량 생산하던 회사였다. 1933년 설립한 고무공장 이치만이 스핑글컴퍼니의 전신이다.
구두야, 스니커즈야?…20만원 넘는데 불티나게 팔리는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이치만도 중국과 동남아의 저가공세에 밀려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가 살아남은 비결 역시 20여년 전부터 사업모델을 박리다매에서 독자기술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

스핑글무브는 특히 미국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스니커즈는 면 재질의 본체에 고무 밑창이 붙어있는 신발이다. 스핑글무브는 가죽 재질에 고무 밑창을 붙여서 가죽구두 같기도 하고 스니커즈 같기도 한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두야, 스니커즈야?…20만원 넘는데 불티나게 팔리는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고무에 다른 재질을 붙이려면 열이 필요하다. 가죽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보통의 가죽구두는 밑창을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다. 스핑글무브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열로 가죽과 고무를 붙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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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이용해 가죽과 고무를 붙이는 방법을 '벌커나이즈(Vulcanized) 공법'이라고 한다. 100도의 고온·고압 화류관에서 1시간 이상 쪄서 가죽과 고무 밑창을 붙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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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하라 나오키 스핑글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고무를 쪄 붙이는 벌커나이즈 공법은 밑창이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다"며 "낭창낭창한 고무 특유의 탄력성으로 발을 감싸주기 때문에 걷기 편한 점도 벌커나이즈 공법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벌커나이즈 공법은 스핑글컴퍼니의 독자기술이 아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고 일본에도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 스핑글무브가 특히 인기를 끄는 건 독특한 구김과 미묘한 곡선이 살아있는 디자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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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글컴퍼니가 90년 전부터 고무 가공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100%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한 디자인이다. 스핑글컴퍼니는 히로시마현 후추시 공장 한 곳에서 모든 스핑글무브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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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를 사용하는 제조법으로는 하루에 1000켤레 이상도 생산할 수 있지만 벌커나이즈 제조법과 100% 수작업을 고집하는 탓에 1일 최대 생산량은 600켤레 정도다. 구니하라 마케팅 담당자는 "100% '메이드 인 재팬'의 수작업을 고집하는데 스핑글컴퍼니의 부가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