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점령지에 있는 주민들에게 즉각 떠나라는 긴급 대피령을 선포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계속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헤르손의 모든 민간인은 즉각 도시를 떠나 드니프로강 왼쪽(동쪽) 둑으로 건너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선의 긴박한 상황, 도시에 대한 대규모 포격 위험 증가, 테러 위협으로 모든 민간인은 즉시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모든 산하 부서·부처에도 이날 중으로 드니프로강을 건너라고 명령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지난달 말 동부 요충지 리만을 빼앗긴 데 이어 남부 점령지인 헤르손에서도 열세에 몰렸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에 거주하는 친러시아계 주민 약 6만 명을 재배치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맞서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주간 드니프로강 서쪽 기슭을 따라 마을과 농지 등을 점령하는 등 헤르손을 향해 진격을 지속했다. 함락이 예상되자 헤르손 점령 당국이 주민들에게 이날 모두 떠날 것을 긴급히 명령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러시아가 밤사이 36발의 미사일을 쏘며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며 “이번 공습은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사악한 공격이며 전형적인 테러리스트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공습이 전력 기반 시설에 집중되면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AFP가 전했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을 주요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