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2차 무역기술협의회…중국에 맞서 신흥기술 경쟁력 확보 협력
우크라 전쟁으로 논의 넓혀 러 가짜뉴스·식량위기 대응도 모색
미·EU, 반도체 수급 '조기경보' 도입·보조금 경쟁 자제 합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각자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고 반도체 공급 부족을 사전에 탐지할 '조기경보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세계 식량위기와 러시아발 가짜뉴스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양측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차 미국·EU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이 같은 합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이날 사전 익명 브리핑에서 밝혔다.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TTC는 작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처음 열렸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양측이 공유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국가 미래에 중요한 신흥기술 경쟁력을 함께 키우자는 게 목적으로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공조 성격이 강하다.

고위당국자는 핵심기술 수출 정보 공유, 인공지능(AI) 관련 공동 로드맵 개발, 국제 기술표준 설정 협력, 반도체 공급망 차질을 예측·대응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 구축이 협의 결과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조기경보체계의 경우 미국은 이미 작년 동남아시아에 구축했으며 "올해 초 몇 건의 가동 중단 가능성에 사전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과 EU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반도체 수급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또 "미국과 EU는 각자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단순한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서로 조율하고 있다"며 양측이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투자 확대 과정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도 15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높은 수준의 보조금 합의를 이루길 희망한다.

보조금은 필요 이상으로 커서는 안 되며 균형 잡힌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EU, 반도체 수급 '조기경보' 도입·보조금 경쟁 자제 합의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퍼뜨리는 가짜뉴스 등 디지털 정보의 신뢰 문제에도 함께 대응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적용할 사이버보안 지침을 개발하고 전담팀을 구성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공급업체 사용을 장려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대화도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TTC는 공급망 병목 같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촉진하는 유연한 틀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면서 러시아 제재와 수출통제 협력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번 협의회의 초점이 러시아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주요 목적은 여전히 중국과 경쟁이라고 답했다.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바람에 유럽이 중국 문제를 경제 관점뿐 아니라 미국처럼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TTC에서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케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USTR)가, EU는 EU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이 공동 의장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개회 만찬에 참석했다가 13일 별세한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조문을 위해 아부다비로 출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