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초계기·러 전투기, 지난주 지중해 상공서 세차례 근접 비행
우크라 긴장 속 아찔…1.5m 가까스로 스쳐지나간 미·러 군용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주말 미국의 정찰기와 러시아의 전투기가 1.5m 거리에서 비행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수호이(Su)-35 전투기가 지난 11일과 12일 지중해 상공에서 세 차례에 걸쳐 미 해군 대잠 초계기 P-8A의 항공 경로에 침입했으며, 이 중 한 번은 두 항공기가 1.5m 간격으로 스쳐지나갈 만큼 아슬아슬하게 근접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당시 상황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중 두 번은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나머지 한 번도 전문가답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카프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의 우려를 러시아 당국에 전달했다"며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런 상황은 계산 착오와 실수를 초래해 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2일 러시아 해역인 태평양 쿠릴 열도 앞바다에서 미국의 잠수함을 찾아냈으며 이 잠수함을 몰아내려고 불특정의 '적절한 수단'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 수역에서 미 잠수함이 작전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러시아와 서방국 간 긴장이 고조된 시기라 자칫 더 큰 위기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투폴레프(TU)-22 폭격기, 미그(MIG)-31 전투기들이 포함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 중이었고, 지중해에는 미 항공모함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미·러 군용기의 근접비행은 2020년 러시아군 전투기 2대가 흑해 상공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 B-52 폭격기에 약 30m 거리로 접근한 이후 처음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때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우려와 러시아 군대의 시리아 주둔 등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상태였다.

WSJ은 미군 관계자들이 공중에서 근접 비행이 의도치 않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유럽 주둔 미 육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그 결과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우리의 기본 설정이 전문적이고 규율을 잘 지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종사들에게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하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우크라 긴장 속 아찔…1.5m 가까스로 스쳐지나간 미·러 군용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