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흐르는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의 내년 1월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h(메가와트시)당 170유로를 돌파했다. 전날 대비 약 19% 오른 수준이다.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이 한때 중단된 게 영향을 미쳤다.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지난 18일부터 서서히 감소하다가 이날 오전 잠시 멈췄다.

일시 정지됐던 천연가스 흐름은 재개됐지만 방향이 반대였다. 러시아에서 출발해 독일까지 서쪽으로 흘러야 할 천연가스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야말-유럽 가스관 운영사인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차기 수송 물량에 대한 수출 예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천연가스 밸브를 틀어쥔 러시아가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 간 직통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드스트림2’를 즉시 가동하기 위해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을 조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독일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려 하고 있지만 독일 내부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 또 러시아가 친서방 국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야말-유럽 가스관 문제는) 노드스트림2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