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내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를 대변해온 ‘3인방’이 잭슨홀 미팅을 하루 앞두고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를 또다시 촉구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도 미 경기 회복세가 기대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잭슨홀 미팅을 주최하는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2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진전 상황을 감안할 때 바로 테이퍼링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Fed가 긴축에 착수하기 위한 물가·고용 목표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점이 주장의 근거다.

조지 총재는 “(매달 1200억달러씩 공급하는) 초완화적 통화 정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델타 변이도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바꿔놓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테이퍼링의 향후 영향과 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펴본 뒤 정해야 한다면서도 내년 말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같은 방송에서 “물가가 지금처럼 급등하면 곤란하다”며 “현재의 통화 정책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집값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봤다가 큰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며 “내년 3월까지는 테이퍼링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는 10월부터 매달 200억달러씩 쉬지 않고 채권 매입액을 줄여나가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불러드 총재는 “테이퍼링 종료 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 등) 더욱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은 총재 역시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내놓고 10월 즈음부터는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산 매입을 중단해야 경제가 건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7일 오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사전 녹화 연설을 통해 “경제가 기대만큼 좋아지면 올해 테이퍼링을 실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뜻도 고수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