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나리오도 없이 제작 지원 받았다"
원래 애니메이션 전공…"이제는 장편영화 찍어보고 싶다"
한예종 윤대원 단편 '매미',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2등상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윤대원(30) 감독의 졸업작품 '매미'가 2등상을 받았다.

윤 감독은 15일(현지시간) 칸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부뉴엘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등으로 선정돼 상금 1만1천250유로(약 1천500만원)를 받았다.

이번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는 전 세계 490개 영화학교에서 1천835개 작품을 출품했고 윤 감독의 '매미'를 포함해 17편이 무대에 올랐다.

17분짜리 단편 영화 '매미'는 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 '창현'을 통해 육체에 갇힌 성 정체성을 그려내고 있다.

윤 감독은 시상식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주제일 수 있고, 도발적인 시도일 수 있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긴장감 있는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월길을 산책하던 중 한때 트랜스젠더 매춘이 성행했다는 장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평소 작품을 만들 때는 시나리오를 아주 길고 꼼꼼하게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시나리오도 없이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제작 지원을 받았다고 윤 감독은 전했다.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과거에 했던 작품들이 완성도가 훨씬 높았어요.

이번 작품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부담 없이 찍었는데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흘러갔어요.

"
윤 감독은 "엄청난 작품을 만들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면서도 "제가 시도한 아이디어가 조금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웃었다.

수상을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감사하고 황홀하겠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던 윤 감독의 손에는 상이 쥐어졌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가 없기 때문에 윤 감독의 '매미'가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다.

원래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윤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영화를 향한 관심에 다시 불을 지펴보고자 2013년 한예종에 입학했다.

경기예술고등학교 애니메이션 학과 재학시절이던 2010년에는 캐나다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청소년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윤 감독은 웹툰 작가도 했었다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던 경력이 영화 속에서 본질적인 재미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장편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윤 감독은 "장르는 크게 가리지 않지만, 이번 '매미'처럼 제가 매력을 느끼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긴 호흡으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예종 윤대원 단편 '매미',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2등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