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이슬람 사원 내 시위 강경 진압 기폭
외신 "불안정한 이스라엘 내 정치 상황도 작용"
이스라엘-팔' 사태 왜 커졌나…"민감한 시기, 오랜 갈등 폭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종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양측의 오랜 갈등이 폭발해 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현지시간)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이스라엘에서는 경찰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

혼란은 라마단 기간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이스라엘 당국이 폐쇄하기로 하면서 촉발했다.

라마단 기간 매일 저녁 금식을 끝낸 이슬람교도들이 나와 식사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광장을 폐쇄하자,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차량 등에 불을 지르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아랍계 청년들이 유대인을 폭행하거나 반대로 유대교도들이 아랍계를 공격하는 영상이 SNS에 퍼진 것이 양측간 증오와 갈등을 키운 기폭제가 됐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에서는 종교적 갈등이 수면 아래 늘 존재해 왔다고 영국 BBC 방송은 진단했다.

이스라엘-팔' 사태 왜 커졌나…"민감한 시기, 오랜 갈등 폭발"
갈등은 무슬림이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날로 여기는 '권능의 밤'(Laylat al Qadr) 기간인 지난 7∼9일 사이 극으로 치달았다.

권능의 밤은 지브릴 천사가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나타나 쿠란의 첫 구절을 계시한 첫날 밤이다.

지난 7일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명이 모여 종교의식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사원에 진입해 이를 강경하게 진압, 양측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무슬림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슬람 성전인 알아크사 사원 내부까지 이스라엘 경력이 들어와 물리력을 행사하자 크게 분노했다.

AFP 통신 등 외신들은 이슬람 사원에서의 이스라엘 경찰과의 충돌이 많은 무슬림들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하레츠도 "이번 충돌의 확산은 라마단 기간 예루살렘에서 이뤄진 나쁜 결정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은 대규모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이스라엘-팔' 사태 왜 커졌나…"민감한 시기, 오랜 갈등 폭발"
이후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일제히 무슬림들의 이슬람 사원 접근을 막고 야만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은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붕괴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빚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두 당은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고 7개월 만에 연정이 해체돼 올해 3월 총선을 다시 치렀지만, 리쿠드당은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연정이 구성되지 않으면 또 총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서방 언론들은 이스라엘 내 정치적 불안과 극우세력의 입지 강화도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43명, 부상자는 3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팔' 사태 왜 커졌나…"민감한 시기, 오랜 갈등 폭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