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자사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94.5%의 효과를 보였다고 16일 발표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지난 9일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효과(90% 이상)를 뛰어넘는 결과여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주요국 증시와 미국 S&P500 선물지수는 1% 이상 상승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이 백신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꾸는 요인)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대단히 인상적인 소식”이라며 “데이터를 보면 숫자가 그 자체로 말해준다”고 했다.

NIAID와 함께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는 지난 7월 27일 미국 89개 도시에서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mRNA-1273’ 3상 시험에 들어갔다. 시험 참가자는 3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7000여 명과 65세 미만이지만 고위험 만성질환이 있는 5000여 명 등 ‘코로나 고위험군’이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美 모더나 "코로나 백신 94.5% 효과"…이르면 내달 접종
이번에 공개한 3상 시험 예비결과에 따르면 9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중 28일 간격으로 백신 후보 물질을 두 차례 접종받은 그룹에서는 5명만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의 백신 후보 물질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은 물론 이동과 보관도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더나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가정과 의료시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냉장고의 온도인 섭씨 2~7도에서 최대 30일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섭씨 영하 20도에선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해 보급과 보관이 매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모더나는 수주 안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 후에도 안전성 및 효능과 관련된 추가 데이터를 수집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해당 백신 약 5억~10억 회 투약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실제 개발까지는 수개월이 더 필요해 내년 봄까지는 대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신약개발업체들은 상온에서 유통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진은 개발 중인 mRNA 백신 후보물질이 동물실험에서 면역효과가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아이진이 개발 중인 이 백신은 영상 4도에서 보관과 유통이 가능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 등 경쟁 기업들도 영상 4도 이상에서 보관할 수 있는 DNA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백신 개발 진도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격차가 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코로나19 백신은 일러야 내년 말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이주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