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간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중동 각국간 균열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UAE와 이스라엘간 수교를 반대하는 이란이 UAE에 위협 발언을 이어가자 UAE와 걸프협력회의(GCC) 등이 강하게 맞서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UAE 외교부는 주아부다비 이란 대사를 초치해 강경한 입장을 담은 메모를 전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은 큰 실수이며, 기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한 일을 두고서다.

UAE 외무부는 로하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걸프 지역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날 걸프협력회의(GCC)도 이란측의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으로 구성된 연합이다. GCC는 성명을 통해 "GCC는 UAE의 편"이라며 "이란은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밝혔다.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발표를 한 이래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UAE가 위험한 행동을 저질렀다"며 "UAE가 실수했음을 깨닫고 잘못된 길을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UAE는 자국민과 이슬람교도, 아랍 세계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16일엔 이란군 고위급 인사인 무함마드 바케리 이란군 사령관이 위협 발언을 내놨다. 바케리 사령관은 "UAE에 대한 이란의 태도는 이제 뿌리째 바뀌었다"며 "이란군도 그에 맞춰 UAE를 상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그간 걸프지역 국가 중엔 그나마 UAE와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이란이 외국과 무역을 하기 어렵게 되자 UAE가 중계자 격으로 무역·금융채널 역할을 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는 그간 이란과 척지지 않으려 노력해온 나라"라며 "작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여러 척이 피격된 때에도 사우디 등과는 달리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평화협정으로 이란과 UAE간 관계가 바뀌면서 중동 역내 정세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에 퍼져있는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관계를 강화해 이스라엘과 UAE간 평화협정에 대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