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사진)이 이끄는 미국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아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2분기 51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벅셔해서웨이 창립 이래 분기 기준 자사주 매입으로는 최대 규모다. 작년 전체 매입액보다도 많다. 버핏 회장은 평소 최고의 주주친화책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투자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분기에는 그의 지론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벅셔해서웨이는 2분기 미 항공사 등 투자 기업 주식 130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분기별 주식 매각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 결과 6월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분기 말(1373억달러)보다 90억달러 이상 늘어난 1466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벅셔해서웨이의 2분기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한 263억달러(약 31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2070억달러 규모)의 44%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이다. 애플 주가는 2분기에 43% 이상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벅셔해서웨이는 지난달 초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인프라를 9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달 말 자산 기준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 3390만 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춤하던 버핏의 투자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