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날씨가 더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바이러스 생존력이 약해진다는 게 정설로 통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증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하루에만 19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지난달 28일∼3월 1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스리 페탈링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종교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이날까지 말레이시아의 전체 확진자 수는 428명으로 늘어났다.

싱가포르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종교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싱가포르 전체 확진자는 이날까지 212명으로 늘어났다.

날씨가 더운 동남아 국가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에어컨 등이 잘 갖춰져 있으면 봄과 여름에도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또 코로나바이러스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정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한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더운 환경에서 바이러스 생존력이 크게 떨어졌다. 22~25도, 습도 40~50%에서 5일 이상 생존하는 바이러스도 38도, 습도 95%에서는 생존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고온 다습한 싱가포르나 태국, 현재 여름철인 남반구 호주 등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소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날씨와 관계없이 사람 간 감염이 쉽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남아시아 공동 긴급자금 조성을 제안했다. 모디 총리는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회원국 정상 간 영상회의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한 뒤 1000만달러를 운영 자금으로 먼저 내놓겠다고 밝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