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 본토 확진자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국에서 신규 확진자 증가가 주춤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코로나19 현황을 집계하는 월도미터에 따르면 16일(한국시간) 오전 5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6만8866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6492명이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누적 확진자 수는 8만8017명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중국 본토 확진자(8만849명)를 넘어섰다.

국가별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8만849명)에 이어 이탈리아(2만4747명), 이란(1만3938명), 한국(8162명), 스페인(7843명) 등의 순이다. 이어 독일(5813명), 프랑스(5423명), 미국(3400명), 스위스(2217명), 영국(139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누적 확진자 중 유럽 대륙의 확진자는 6만여명으로, 70%에 육박한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15일 하루새 신규 확진자가 3590명 늘어났다. 이틀 연속 3000명대 증가세다. 누적 사망자도 368명 급증한 1809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날 하루 기준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는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이 확인된 이후 최대 규모다. 하루 사망자가 300명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7.3%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한 세계 평균(3.4%)의 두 배가 넘고, 한국(0.9%)과 비교하면 8배에 달한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 대비 1407명이 이날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독일(5813명), 프랑스(5423명)도 누적 확진자도 이날 각각 50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경제대국뿐 아니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 국가들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2217명), 노르웨이(1246명), 네덜란드(1135명), 스웨덴(1040명), 벨기에(886명), 덴마크(864명), 오스트리아(860명) 등은 인구 수에 비해 감염 규모가 큰 국가다.

유럽연합(EU)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통제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의 비상사태에 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이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양국 간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물자 이동은 지금처럼 통제 없이 두되 인적 이동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프랑스 외에 오스트리아·스위스·덴마크 간 국경도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기로 했다. 앞서 폴란드·체코도 독일과의 국경 통제 강화 조처를 내렸다. 이들 국가는 모두 셍겐조약 가입국이다.

1995년 맺은 셍겐조약은 EU 27개 회원국 중 22개 회원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非)EU 4개국 등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셍겐조약 가입국은 국경 검문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셍겐조약에 따라 회원국 간 이동을 막지 않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각 회원국들이 국경을 통제하면서 ‘하나의 유럽’을 상징하는 셍겐조약마저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