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 제소로 10~12일 재판…미얀마선 수천 명 지지 집회
수치 고문, '로힝야 학살 피소' 미얀마 ICJ 재판에 직접 참석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미얀마 내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과 관련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한다.

외신에 따르면 외무장관이기도 한 수치 고문은 이날 변호인단을 이끌고 헤이그로 가 10~12일 열릴 ICJ 재판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는 대리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앞서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로힝야족이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지난달 11일 미얀마를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다.

그러자 미얀마 정부는 "수치 고문이 외무장관 자격으로 ICJ에서 미얀마의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헤이그에 갈 변호인단을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같은 달 23일에는 우 키아우 틴트 스웨 국가고문실 장관과 우 키아우 틴 국제협력부 장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소송을 미얀마 및 미얀마 국민의 고도의 국익과 관련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미얀마 실권자인 수치 고문이 대리인으로 직접 나서는 것은 ICJ 재판에서 질 경우, 향후 국제사회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미얀마 정부의 우려에 따른 조치다.

로힝야 집단학살과 관련, 최근 국제사회에서 미얀마를 대상으로 일련의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달 14일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반인도적 범죄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개시를 허가한 바 있다.

그 하루 전에는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가 '보편적 재판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 원칙을 준용, 아르헨티나 법원에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로 수치 국가자문역 등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는 전날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치 고문 지지 집회가 열렸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우리는 수치 고문과 함께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거나 수치 고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등을 입고 수치 고문의 ICJ행(行)을 응원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얀마군과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