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계좌 119억원에 농장·집·차 등 신고…해외재산 더 있을듯

올해 9월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유산이 100억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짐바브웨 매체 '짐바브웨 헤럴드'에 따르면 무가베의 딸 보나는 지난 10월 21일 고등법원에 짐바브웨 내 무가베 재산 목록을 신고했다.

무가베 재산에는 짐바브웨 은행의 외화계좌에 있는 1천만 달러(약 119억원)와 농장 1개, 집 여러 채, 차 10대 등이 포함됐다.

무가베가 생전에 보유한 재산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일부 짐바브웨 국민은 무가베가 재임 기간 축적한 재산과 부패 등을 생각할 때 이번에 공개된 재산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고 AP가 전했다.

무가베는 짐바브웨 이웃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시아에도 재산을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나는 무가베의 유언장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은 굶주리는데'…짐바브웨 무가베, 가족에게 막대한 유산
짐바브웨 법률상 유언장이 발견되지 않으면 유가족이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무가베는 1980년부터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했고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 절차에 직면한 뒤 사임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무가베가 물러난 뒤에도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했으며 무가베는 올해 4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치료를 받다가 9월에 95세로 숨졌다.

무가베는 집권 기간 백인 소유의 토지 몰수를 비롯한 정책 실패, 만연한 부패 등으로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무가베는 초호화 생일잔치를 벌였고 그의 부인 그레이스는 명품 구매 등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빈축을 샀다.

무가베의 막대한 유산은 짐바브웨 국민의 고달픈 현실과 대비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3일 짐바브웨 국민 중 절반인 700여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가베에 이어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이 짐바브웨를 2년 동안 통치했지만, 경제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짐바브웨 경제는 물가 급등과 높은 실업률, 외화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고 전기와 물의 공급, 의료 등 공공서비스가 크게 악화했다.

외신에 따르면 짐바브웨에서는 하루에 최대 19시간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AFP는 석 달 전부터 국영병원 의사 수백명이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파업을 하면서 임산부를 비롯한 국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은 굶주리는데'…짐바브웨 무가베, 가족에게 막대한 유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