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채 美 GDP의 46%·주식담보대출 10조3천억달러
금리상승·경기둔화속 美 소비자·기업 사상최대 빚더미에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와중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로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차입을 늘렸다.

대기업들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빚을 냈으며 중견 기업들은 주로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은행권이 보유한 중간규모 기업 채권은 5천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돼 2012년 3천억달러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미국 소비자들의 빚도 이례적으로 늘었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0조3천억달러(약 1경1천485조원)로 전년 같은 시기보다 2.8% 늘었다.

이는 2008년 초에 찍은 최고치인 10조7천억달러에 근접한 것이다.

신용카드와 자동차·학생 대출, 개인 대출을 포함한 소비자 부채는 내년 4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소비자들의 카드빚은 1인 평균 6천826달러(약 762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는 1.9%, 2011년보다는 11%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신차 구입 대출은 평균 3만977달러(3천454만원)로 역대 3분기 중 최대였다.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빚을 쌓은 것은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유지된 초저금리의 영향이 컸다.

게다가 금융위기의 상흔이 점차 사라지며 대출 기준이 완화됐다.

데이나 피터슨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채무 증가는 강한 경제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실제 소비자들의 빚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도 함께 늘었다.

2분기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가구는 가처분소득의 9.8%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채무에 쓰고 있다.

이런 비율은 2012년의 역대 최저치와 비슷하고 지난 30년 전체로 봤을 때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도 아직 채무에 따른 어려움이 크지 않다.
금리상승·경기둔화속 美 소비자·기업 사상최대 빚더미에
그러나 올해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채무 비용이 늘고 경기가 둔화해 기업 이익이 줄거나 둔화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 채무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모두 압박이 된다.

소비자 부채의 경우 무담보 대출, 그중에서도 신용카드 대출과 학생 대출이 문제로 지적됐다.

피치에 따르면 8대 신용카드사가 카드 대출 잔고에서 손실로 처리한 금액의 비중은 3분기 기준 3.16%로 2년 전의 2.59%, 1년 전의 3.03%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경기가 비교적 좋은데도 대출잔액이 1조5천억달러를 넘고, 이 채권의 92%를 연방정부가 갖고 있는 학생 대출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