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의 첨단기술 분야 대미(對美)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기업 인수합병(M&A)을 사실상 차단하고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起)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 5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조치에 이은 대중국 통상전쟁 3탄이다.

'25%룰' 꺼내드는 美… "中의 첨단기술 빼가기 원천 차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산 제품에 인위적인 무역장벽 및 관세를 가해 온 모든 나라가 그러한 장벽과 관세를 철폐할 것을 주장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상호주의(reciprocity) 그 이상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무역은 공정해야 하며 더 이상 일방통행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말께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의)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인수할 수 없다.

미 행정부는 중국 지분이 25% 미만인 경우라도 중국 투자자들이 이사회 장악 또는 라이선스 계약 등을 통해 미국 첨단기술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대미 투자를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분 기준 25%는 추후 논의 과정에서 더 낮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무부는 이와 별도로 미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층 강화한 수출 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NSC는 상무부 공업안전국(BIS)과 함께 상업용 기술의 수출 허가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 및 수출제한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의 첨단기술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정면 조준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IT, 우주, 전기자동차, 생명공학 등 10개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로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 투자 및 수출제한 조치를 위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적용을 검토 중이다. IEEPA는 미국 대통령이 ‘드물고 예외적인 위협’이 있을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9·11 테러 이후 때때로 활용되고 있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 “대통령이 이를 광범위하게 적용해왔다”며 “이는 명백한 권한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관세 부과 명령은 반드시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