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악의 협정" 탈퇴 방침 고수…北 비핵화 협상·경제 분야 영향 가능성
마크롱 등 유럽 정상들 일제히 만류…이란 "이탈하면 후회할 것"
이란 핵합의 운명 내일 판가름… 트럼프, '합의파기' 결심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여부가 8일(현지시간) 판가름 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합의를 '사상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판하며 탈퇴 방침을 고수한 가운데 유럽 동맹국들은 일제히 만류하고 있어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특히 이란 핵합의 파기 여부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국제유가 흐름과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 등 만만찮은 경제적 파장도 불러올 것으로 보여 최종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 계정에서 "내일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전 3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합의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합의는 이란에 대해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15년간 생산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을 10t에서 300㎏으로 축소하며, 1만9천개인 원심분리기를 10년 동안 6천104개로 유지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 합의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파기를 공언해왔다.

또한 "이란이 수차례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일 텍사스주에서 열린 미 총기협회(NRA) 연례회의 연설에서 이란 핵 합의를 "끔찍한 합의"라고 비판했고, 다음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통화에서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 파기 여부 발표를 예고한 7일에도 이란 핵합의를 체결한 전임 정부를 비난하며 탈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매우 형편없이 협상한 이란 핵합의에 대한, 존 케리의 불법 가능성이 있는 비공식 외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를 성사시킨 당사자로서, 합의를 유지하고자 민간 외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맨 처음 이러한 난장판을 벌여놓은 사람"이라며, 핵합의를 '난장판'이라고까지 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은 협정을 유지하면서 일부 내용을 개정하는 절충안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말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잔류를 설득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6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면)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이란은 미국의 독단적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7일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나머지 서명국들과 핵합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AP와 신화통신 등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연설을 통해 "JCPOA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미국 없이도 충족될 수 있다면 그건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미국이 이탈한다면 역사에 남을 후회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한다면 북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가 서명한 핵 합의를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후임 행정부가 뒤집는 것이어서 북핵 담판에서 신뢰의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산업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실물경제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에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금융시장 쪽에서는 시장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제재 유예 연장을 결정하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그는 성명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핵협정의 끔찍한 문제점들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며 "그런 합의가 안 된다면 다시는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이란핵협정 탈퇴 관련 결정 시한은 오는 12일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