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해법 대신 협상초기부터 '핵무기 처리' 압박 관측
'바로 본론 들어가자'는 볼턴… 북한 비핵화 '속도전' 압박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시간을 끌 가능성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본론'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함에 따라 향후 북미 간 북핵 협상이 이뤄질 경우 어떤 판도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볼턴 내정자는 25일(현지시간) 뉴욕의 라디오채널 AM970 '더 캣츠 라운드테이블'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어떻게 우리가 북한에서 핵무기를 빼낼 것인가?"라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론상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북한을 비핵화할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 그것에 더 빨리 우리가 도달할수록,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과거 북핵 프로세스에서 밟았던 '단계적 해법'과는 결이 달라 보인다.

즉 9·19공동성명(2005년)과 같은 큰 틀의 '시방서'를 먼저 만든 뒤 핵동결-불능화-핵폐기 등 단계별 합의를 만들어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하려 했던 과거 패턴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볼턴이 주장한 해법은 북한이 가장 마지막까지 쥐고 있으려 할 것으로 보이는 핵무기 논의를 최대한 조기에 진행할 것이며, 핵무기 처리의 방식도 과거 일각에서 거론된 '북한 내 국제공동관리' 등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리비아식 '해외 반출'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볼턴의 언급에 대해 26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간에 조율을 거쳐 나온 공동의 입장이 아니라 볼턴이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밝힌 개인적 생각인 만큼 과도한 의미 부여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볼턴의 해법은 결국 북한의 가역적 조치에 대해 보상했던 과거 협상 패턴을 '실패'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인식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작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 북핵 협상 때 북한이 최종단계에서 논의하려고 했던 '보유 핵무기' 처리 문제를 '전면 배치(front-loading)'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2021년 1월까지) 안에 북한 핵폐기를 완료하려는 목표인 것 같다"며 "볼턴을 기용한 것도 핵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은 앞으로 서두를 가능성이 있는데, 관건은 북한이 상응조치로서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과 '군사위협 해소'를 미국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어렵듯, 미국 의회의 법적 조치까지 밟아야 하는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체제안전 보장)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북 협상을 하기 전에 최대한도의 대북 압박을 하는 데는 볼턴보다 나은 카드는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미북정상회담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북한이 시간을 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며,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한꺼번에 다 포기할 생각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기용한 것은 그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