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일(현지시간) 2010년 아이티 콜레라 창궐사태에 대한 유엔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회원국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아이티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우리는 아이티에서의 콜레라 발병, 그리고 확산에 관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쿠바의 국어인 크레올어로 이같이 말하고, 이어 유엔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로 이를 반복했다.

반 총장은 또 "유엔은 콜레라 발병에 따른 인명손실과 고통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나 또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서 많은 가족들이 견뎌내고 있는 고통과 같은 엄청난 심적고통을 느낀다.

잊지 않겠다"고 거듭 미안함을 표했다.

다만 유엔 평화유지군으로부터 콜레라가 발생했다고는 말하지 않은 채 콜레라의 발생이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서의 오점'이라고만 말했다.

아이티의 콜레라는 2010년 10월 이곳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고 있던 네팔 군인들의 부대에서 발병해 강을 따라 번져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콜레라균에 감염된 하수를 강에 버리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

이후 7년간 아이티에서는 콜레라로 9천500 명이 사망하고 8만 명이 감염됐다.

유엔이 연루된 콜레라 발병 사태에 대해 반 총장은 지난 8월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으나 공식 사과는 처음이다.

반 총장은 피해자에게 물적 지원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유엔은 지난 10월 4억 달러(4천534억 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유엔은 이를 위해 회원국들로부터 2억 달러의 출연을 희망하고 있다.

반 총장은 193개 회원국을 향해 이날 "여러분들의 정치적 의지와 재정지원 없이 우리는 선의와 말에서 그칠 것"이라며 협력을 요청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