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변인 보도 비판에…유력 영자지 '로힝야 성폭행' 보도 언론인 해고·보도중단

무장세력 토벌에 나선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성폭행 등을 자행했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 유력 신문이 이런 주장을 보도한 언론인을 해고하고 관련 보도를 전면 중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의 유력 영자지인 미얀마 타임스는 최근 라카인주에서 무장세력 토벌작전에 나선 미얀마군이 현지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주장을 보도한 피오나 맥그리거 기자를 해고했다.

맥그리거 기자는 동료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문제의 기사를 포함한 몇 건의 기사가 국가적 화해 분위기를 해치고 신문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고 전했다.

맥그리거 기자는 지난달 27일 자 신문에서 로힝야족 인권단체 대표의 말을 인용해 30여 명의 현지 여성이 작전 중인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맥그리거 기자 해고 조치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SNS를 통해 해당 기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이후에 이뤄져, 정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신문은 당분간 라카인주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군의 무장세력 토벌작전 관련 보도를 아예 하지 않기로 해 논란을 키웠다.

신문은 사고를 통해 "경영진이 신문의 편집 정책을 정비하는 중이며,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보도 공백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영진은 간부들에게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라카인주', '로힝야족', '라카인주에서 진행되는 군사 작전' 등 주제에 대한 보도와 분석, 논평을 전면 금지했다.

신문사 경영진은 이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일부 편집자들이 사의를 표했고, 다수의 기자가 신문사를 떠날 채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신문사 내부에서는 과거 군부정권하에서 엄격한 정부의 통제를 받던 언론이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아웅산 수치 주도의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집자는 "신문은 아직도 군부 시절의 사전 검열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언론의 자유가 퇴보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앞서 라카인주 마웅토에서는 지난달 9일 수백 명의 무장괴한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면서 경찰관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군은 이후 무장세력 잔당 토벌을 명분으로 로힝야족을 비롯한 이슬람교도 거주 마을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작전을 폈다.

정부측은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30여 명의 무장세력이 사살되고, 정부군도 다수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이 작전지역에서 무법적인 살인과 방화, 성폭행, 강제 구금을 일삼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 당국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면서 관영 언론을 통해 여론전까지 펴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