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생일회견 전에 할 가능성…각료 "공무부담 최소화 검토해야"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근간에 '생전 퇴위'에 대한 생각을 직접 표명할 것이라고 도쿄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일본 왕실 담당 관청인 궁내청은 생전 퇴위 문제에 대해 일왕 스스로 의중을 표명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궁내청은 애초 일왕 생일(12월 23일)을 즈음해 열리는 일왕 연례 기자회견을 의사 표명의 기회로 생각했지만 국민적 논의의 조기 개시를 위해 생일 전에 표명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신문은 현재 만 82세인 일왕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징 천황(天皇·덴노)'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신문의 취재에 응한 궁내청 관계자는 "앞으로 더 연로해지는 와중에 자신이 '상징'(국가 및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본인 생각을 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일왕의 의사 표명이 필요한 것은 최근 일본 언론에 보도된 생전 양위(왕위 이양)가 왕실 전범 개정 등의 국내 정치적 절차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왕실 전범 제4조는 일왕 별세 시 왕세자가 곧바로 즉위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생전 퇴위에 관한 내용은 없기에 일왕이 살아있는 동안 왕위를 왕세자에게 물려 주려면 국민적 논의를 거쳐 전범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어떤 식으로든 일왕이 직접 '생전 퇴위' 의중을 밝히는 형식이 필요하다는게 일본 정부의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왕이 명시적으로 '생전 퇴위'를 밝힐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등으로 연결될 사안에 대해 일왕이 명시적으로 입을 여는 것은 정해진 국사 행위 말고는 국정 관여를 금지한 현행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46년 공포된 현행 헌법 하에서 처음 즉위한 일왕인 아키히토 일왕은 2013년 12월 자신의 팔순 생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후 연합군의 점령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며 현행 헌법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천황 폐하의 공무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도 이것을 최대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요미우리 신문은 일왕이 고령에 따른 체력상의 문제로 인해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 활동을 계속하기 어렵게 되자 자신의 퇴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13일 저녁부터 나온 생전 퇴위 관련 언론 보도가 일본 열도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가운데, 일왕 내외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소재 휴양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14일 밤 도쿄의 황거(왕궁)으로 돌아왔다.

일왕은 도쿄로 향하기 전 현지 주민들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