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5일(현지시간) 치러진 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국민투표가 76.9% 반대표(잠정집계)를 받고 부결됐다. 스위스 내 26개 주 가운데 찬성표가 많았던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도를 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기본소득을 실제로 지급하는 곳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은 전했다.

스위스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방안을 투표에 부쳤다. 시민단체 ‘스위스 기본소득’이 13만명의 서명을 받아 투표를 성사시키긴 했지만 이 같은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이미 스위스 상·하원에서도 논의 끝에 반대하기로 결정했고,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은 늘 소수였다.

일할 의지를 잃게 한다는 점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주요 반대 이유였다. 스위스 정부는 현 정부의 연간 지출 규모(670억프랑)의 세 배인 기본소득 시행에 연 2080억프랑(약 248조원)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 도입을 시도하는 곳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술 발전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무작위로 뽑은 표본집단 1만명에게 월 550유로(약 73만원)를 2년간 지급하는 실험을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에서도 위트레흐트 등 19개 지방정부가 내년부터 이 같은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