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원 200명을 사살하는 등 이스탄불 자폭 테러를 저지른 IS를 응징하기 위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시리아와 이라크내 IS 거점 등에 포격을 가해 20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TV로 중계된 연례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 "화요일 사건 (이스탄불 자폭 테러)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의 다에시(IS를 낮춰 부르는 아랍어 약자 명칭) 기지에 탱크와 대포로 포탄 약 500발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지난 48시간 동안 이른바 지역 지도자를 포함한 IS 조직원 200명이 사살됐다"고 설명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테러와의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필요한 경우 IS를 겨냥한 공습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와 터키의 손님을 노린 모든 위협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다에시 테러 조직이 터키 국경 밖으로 떠나고 우리의 신성한 종교 이슬람을 더럽히지 못하게 될 때까지 단호하게 투쟁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터키가 IS를 상대로 의미 있는 공격을 가한 것은 최근 수개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터키는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IS 퇴치 작전에 더 큰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IS보다 터키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이나 시리아 아사드 정권 등 '안팎의 주적'들과 싸우는 데 더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터키가 IS의 석유 밀매 주 경로이고 IS 조직원들이 자국 영토를 거쳐 시리아를 오가도록 내버려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터키가 자국 입장에서는 '덜 나쁜 악당'인 IS를 사실상 돕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자국 최대 관광지인 이스탄불 심장부를 노린 12일 테러를 계기로 그 배후로 지목된 IS에 대규모 폭격을 가하는 등 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폭테러를 저지른 IS 조직원 나빌 파들리(28)가 시리아 출신으로 지난 5일 이스탄불에 난민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터키가 시리아와의 국경 통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은 그동안 IS 조직원의 이동 경로인 터키-시리아 국경 통제를 강화해 'IS 저지선'을 만들자고 터키 정부를 압박해왔으나, 터키는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자국 병력 배치 규모 등에서 이견을 보여왔다.

터키가 지난해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사건으로 관계가 나빠진 러시아를 의식해 공습보다는 덜 공공연한 방법으로 IS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시난 울겐 객원연구원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와 IS의 싸움은 PKK와의 전쟁과 성질이 다르다"면서 "PKK와는 '눈에 잘 띄는 저강도 분쟁'을 진행하지만 IS와는 막후에서 눈에 덜 띄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권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