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는 몇 년 동안 자주 드나들었던 가게에 들어가 돈을 털어 달아난 강도가 화제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어리석은 강도를 뽑는다면 그 타이틀은 자신의 신상정보를 고스란히 다 알려주고 강도짓을 한 그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잡히지는 않았지만,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된 강도는 지난 14일 대낮에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페니 레인' 레코드 가게에 들어가 현금을 털어 달아났다.

그가 사용한 무기는 핑크 플로이드 앨범 한 장.

이 레코드 가게 매니저인 게리 나이트는 뉴질랜드 언론에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을 몇몇 알고 있는데 이 친구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첫 번째에 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가 몇 년 동안 단골손님으로 이 가게를 드나들면서 앨범을 주문할 때마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날도 '더 월'이라는 앨범을 주문하면서 다시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고, 감시 카메라에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얼굴 사진까지 남겼다.

그런 뒤에 그는 7~8명의 손님들이 있는 가게 안에서 종업원을 위협해 카운터에 있는 금전등록기를 털어 달아났던 것이다.

물론 이 장면도 고스란히 다 카메라에는 잡혀 있다.

나이트는 그날 그가 주문한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천만 장 이상이 팔린 인기곡으로 그가 강도로서는 바보일지 몰라도 음악에 대한 취향은 대단히 고상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트는 사건이 알려진 후 그가 이미 아는 사람들이 놀라서 건 전화를 받았을지 모른다며 그가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