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강한 반발 영향 받은 듯..사실상 포기 전망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국 정부의 그린댐'(Green Dam)' 정책이 결국 연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당초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음란물을 차단하는 웹 필터링 소프트웨어인 '그린 댐-유스 에스코트' 설치 의무화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공업정보화부는 "일부 PC 제조회사가 해당 소프트웨어를 대량으로 탑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다 준비 부족 등 현실적인 요인을 감안해 조치 시행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이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계획이 알려진 직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 정부와 PC제조사, 전문가들이 잇따라 "인터넷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7월부터 자국 내에서 생산 또는 판매되는 모든 컴퓨터에 웹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라고 발표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26일 중국의 이번 조치를 사실상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 억압 조치"로 규정하고 "우리는 특정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인터넷 콘텐츠를 필터링하려는 중국의 조치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조치 유보를 강하게 촉구했다.

미국도 24일 게리 라크 상무장관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공동명의로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그린댐 설치 의무화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EU는 이와 관련, 중국을 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일본의 22개 단체 및 기업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중국 정부의 그린 댐 정책에 반대하는 서한을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에게 보냈다.

중국 누리꾼들도 이번 조치는 '음란물 차단'이란 핑계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안팎에서 거센 반대에 직면한 이번 조치를 중국 정부가 '어린이를 유해물에서 보호한다'는 명분 하나만으로 강행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이 프로그램의 기술적인 문제와 저작권 시비도 프로그램 설치를 연기한 배경으로 꼽힌다.

IT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무화하려는 프로그램이 인터넷 보안상의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 미시간대의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인터넷 보안상의 취약점을 심각하게 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지적재산권 시비도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불거졌다.

캘리포니아주 샌타 바버라 소재 솔리드 오크 소프트웨어는 그린댐에서 사용되는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우리 회사 기술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해 지재권 시비가 생길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한시적으로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시행 날짜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힌 이번 조치 시행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