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과 함께 고수해 온 '제재 반대' 주장이 안보리 주요국 회의에서 관 철됐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하지만 이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결국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에 규정된 '탄도 미사일 개발 금지'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며 강 력한 제재를 주장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 개발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라는 점을 들어 위배가 아니라고 맞서왔다.

특히 북한의 로켓 발사 후 각국이 우려와 비난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군사 전문가들의 정확한 자료 분석이 필요하다며 공식적 입장을 미뤄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대북 제재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북한에 밉보일 이유가 없는데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대(對) 아시아 전략에서 중 요한 통로 역할을 하는 6자회담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입장을 취한 것으로 분석돼왔다.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 다"면서 "더 엄한 제재는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6자회담에 치유할 수 없는 손상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을 더 고립시키고 더 분노하게 할 것이며 이는 부적절한 보복 조치를 불러올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는 북핵 6자회담 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 의장국으로 '동북아 평화·안보에 관한 기본원칙' 채택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역내 긴장을 불러온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그냥 넘길 수만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나온 대안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이었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중국과 외교적으로 호흡을 맞춰왔다는 후문이다.

러시아는 의장성명을 통해 로켓 발사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한에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설득하면서 의장성명 채택이란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도 자국의 의도대로 의장성명 채택 합의가 이뤄진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안보리가 의장성명으로 가닥을 잡긴 했지만 이후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와 6자회담 프로세스 진행 여부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 미 산하 동방학연구소의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한국과장은 연합뉴스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번 사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의지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