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요구 여론고조속 지바현 지사선거도 패배
간사장 "오자와, 중의원 선거 이전 진퇴판단"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표직 사임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비서가 구속 기소된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고수 등 정면 돌파 방침을 밝혔지만 당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고조되는데다 29일의 지바(千葉)현 지사 선거에서 자당이 추천한 후보가 대패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이 28~29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63%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27~29일 조사에서도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또 이들 두 신문의 조사에서 정당별 지지율도 모두 자민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등 오자와 파문 이후 상황이 속속 역전되고 있다.

아울러 총리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아사히신문의 조사에서도 오자와 대표는 26%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에 비해 4%포인트나 역전당했다.

이 신문사가 그의 비서가 구속됐던 지난 7, 8일 시행했던 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오자와 대표가 32%로 아소 총리에 비해 10% 포인트나 앞섰었다.

여기에 29일 지바현 지사선거에서도 민주당과 사민당 등 야 4당이 추천한 요시다 다이라(吉田平·49) 후보가 무소속 모리타 겐사쿠(森田健作·59) 후보에게 100만 표 이상의 차이로 참패하면서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의 책임론이 더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오자와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 간사장은 지난 2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자와 대표가 차기 중의원 선거 직전에 다시 대표직 사퇴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오자와 대표가 사퇴할 경우 자신도 간사장직을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오자와 대표의 중의원 선거 직전의 사퇴 여부 고려 방침은 지난 26일 하토야마 간사장과의 회동에서 오자와 대표가 직접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하토야마 간사장이 "대표직을 계속 맡기로 결단한 이상 지지하겠지만 선거 직전에 국민의 시선이 매우 따가워서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우리 모두 책임을 지자"고 말했고, 오자와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판단 기준은 당이 자체로 실시하는 선거 판세 조사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퇴 판단 시기는 중의원 해산보다 조금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간사장이 오자와 대표의 퇴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오자와 대표의 대표직 고수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고조되고 지바현 지사에서 패한 만큼 그의 대표직 유지가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비판론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민주당으로서도 이를 만회할 별다른 카드가 없는 상황이어서 당내의 '대안 부재론' 속에서도 여론 추이에 따라서는 그가 조기퇴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