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한 듯 횡설수설해 물의를 빚은 일본의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이 17일 사임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이날 오후 총리관저를 방문해 아소 다로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아소 총리는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후임은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이 겸임토록 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이날 낮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언동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를 결심했다"며 "2009년도 예산안과 관련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한 직후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총리의 측근이자 내각의 핵심 각료인 나카가와 재무상이 사의를 밝힘에 따라 가뜩이나 지지율 추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아소 정권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 동시 불황으로 일본 경기가 예상 밖으로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대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중요 각료가 사임함에 따라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된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지난 14일 로마에서 폐막한 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가진 회견에서 술에 만취한 듯 눈이 감기며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그는 귀국 후 "감기약을 과다 복용한 탓"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내외 언론에서는 폭음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전에도 폭음 탓에 기자회견 등에서 혀가 돌지 않아 횡설수설한 전력이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