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 법안을 놓고 공화당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대신 받아내는 '방패' 신세가 됐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의장은 지난주 치러진 8천190억 달러의 경기 부양 법안 표결에서 6~10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 부양 법안에는 재정 지출안과 함께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 방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
그러나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단 한명도 찬성표를 주지 않았다.

이들 의원은 펠로시 의장이 막대한 규모의 지출안은 통과시키도록 압박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감세안은 축소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펠로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감세 규모를 기존 3천억 달러에서 2천750억 달러로 축소하도록 설득했으며, 2010년 폐기될 예정인 부시 행정부의 감세법을 시한 전에 폐기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펠로시 의장은 표결 결과에 크게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그들은 반대표를 던지고도 그날 저녁 열린 술자리에 찾아오는 사람들이란 점을 펠로시 의장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인간 방패'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 한다는 것이 이들 측근의 전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경기 부양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중산층 소득 공제 확대 등을 포함한 수정안이 하원으로 돌아온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또다른 측근은 "그녀는 (오바마를 위해) 총알이라도 맞으려 할 것"이라며 "백악관도 얼마든지 그녀가 당하도록 내버려두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에게는 '승리의 달콤함'이 남아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그녀가 경기 부양 법안 표결에서 공화당이 만장일치로 반대표를 던지고도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펠로시 의장은 부양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인 폴 칸조르스키와 히스 슐러 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펠로시와 연대한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DCCC)의 집중 공격을 받은 뒤 간신히 당선됐다.

펠로시 의장의 한 측근은 "그녀는 이런 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