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수 이어 법무장관 사임..야당 집중 공세

헝가리 경찰관들이 은행에 강도를 잡으러 갔다가 거액의 돈을 훔치는가 하면 시내 한복판에서 자동차 운전자를 성폭행하는 등 잇단 범죄 행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경찰 총수가 해임되고 법무부 장관이 자진 사임했지만 비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야당이 정부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면서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지난 18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교통 경찰관 5명이 집단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이달 초 귀가하던 21세의 여성 운전자를 안전벨트 미착용을 이유로 차를 세우게 한 뒤 이중 한 명이 여성을 골목길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으며, 이후 다른 경찰관들도 차례로 성추행을 반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초 범인들이 제복을 입고 경찰을 사칭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피해 여성은 40명의 경찰관 사진을 본 뒤 범인 5명을 정확히 식별해 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초에는 한 경찰관이 은행 강도가 인질극을 벌이는 현장에서 강도가 사살된 뒤 어수선한 틈을 타 46만 포린트(한화 약 250만원)를 훔친 사실이 발각돼 구속됐다.

또 최근 동부 보르쇼드-아바우이 젬플렌 지역에서는 교통 경찰관 12명이 구급차 회사에 리베이트를 요구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MTI 통신은 헝가리에서 올 들어서만 최소한 40명의 경찰관이 뇌물 수수나 폭력 등에 연루돼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경찰관들의 범죄가 잇따르자 쥬르차니 페렌츠 총리는 베네 라슬로 경찰청장과 게르게니 페테르 부다페스트 경찰청장을 일괄 해임했으며,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20일에는 결국 페트레테이 요제프 법무장관마저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빗발치는 비난 여론은 아직 잠잠해 지지 않고 있으며, 제1야당인 피데스는 최근의 잇단 경찰 범죄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른 경찰관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도덕성 타락을 내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야당의 공격이 다분히 정치색을 띠고 있다고 반격에 나섰지만 현 사회당 연정의 지지도가 최악의 상황이어서 야당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