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패션 무대 일각에서 비쩍 마른 패션모델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하품'을 하고 있을 뿐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가 이미 체중이 특정 기준 이하인 말라깽이 모델 퇴출의 선례를 세웠지만 '밀라노 패션 위크'에는 여전히 지팡이 같은 팔과 잔뜩 여윈 얼굴의 모델들이 넘실거린다.

이탈리아 패션업 상공회의소의 마리오 보셀리 회장은 피골이 상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모델은 아마도 100명당 1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마드리드의 선례를 따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의 필요성도 없는 것으로 본다면서 밀라노가 자체적으로 모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채택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규정 자체는 이탈리아 관련법규의 일부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이 아니며 체중 문제와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 보셀리 회장의 주장이다.

보셀리 회장은 "잘못 이해된 부분이 있다.

우리는 미성년 모델은 건강진단서가 있어야 하고 학교에 다녀야 하며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노동법을 따르고 있다.

이는 모든 미성년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모델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밀라노의 패션 무대에서 만난 버버리의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도 특정한 규정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문제가 그리 단순치 않다.

우리가 모두가 분별있고 현명히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상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출신의 모델 헤서 막스(18)는 말라깽이에 속하는 모델. 가냘픈 몸에 서둘러 검정색 재킷을 걸친 그는 개인적으로 날씬함을 유지하라는 압력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막스는 "이번 시즌에는 정말 날씬한 애들이 많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의 상당수는 14살이고 아직 사춘기가 아니어서인지 더욱 날씬해질 것이다"

그는 백스테이지의 한쪽 구석에서 학교에서 과제로 내준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을 읽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이 눈이 크고 도자기같은 피부의 모델 수십명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막스는 밀라노의 모델 가운데 상당수가 러시아 출신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의 모델들에게 선천적으로 날씬한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은 한결갈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결코 체중을 줄이라는 압력을 느낀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에카테리나 카신체라(22)는 "우리는 키다 크다.

나는 180㎝여서 몸집이 크다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흑발에 인상적 미인인 카신체라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면서 "싫으면 떠날 수 있다.

당신 자신의 선택이다"라는 의견을 주장했다.

(밀라노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