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용돼 있는 테러 용의자 3명이 감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미군이 10일 밝혔다.

알-카에다 및 탈레반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테러 용의자 460여명이 수감돼 있는 관타나모 기지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타나모 기지를 관할하고 있는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명과 예멘 출신 1명 등 수감자 3명이 10일 오전 감방에서 숨도 쉬지 않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발견돼 이들을 소생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인 해리 해리스 해군 소장은 전화 기자회견에서 수감자들이 침대시트와 옷으로 올가미를 만든 뒤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해리스 소장은 "그들은 우리 생명이든 자신의 생명이든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절망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전쟁행위"라고 주장했다.

테러 용의자들이 기소도 되지 않은 채 장기간 수감돼 있는 관타나모 기지는 그동안 고문 등 의혹이 제기돼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졌으며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기지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 테러 용의자들이 수감된 이래 4년 반동안 수감자 25명이 41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보고되지 않았다.

관타나모 기지에선 지난달 수감자들과 군 경비원들간 유혈충돌도 발생했고 작년 8월부터는 수감자들의 단식투쟁도 계속돼 왔으며 미군은 굶어죽는 것을 막기 위해 수감자들의 코 속을 통해 강제로 음식물을 투입, 인권단체들로부터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이어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 비서실장으로부터 이번 사건 및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사체를 인도적이고 이슬람 문화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스노 대변인은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