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급승용차인 '푸캉(富康)'은 중산층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모델이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중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상하이에서는 '푸캉'을 보기 어렵다. 우한에 가면 반대다. 우한 거리에는 오직 '푸캉'만이 존재한다. 특히 상하이에서 생산되는 '상하이다중(上海大衆)'자동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다른 양쯔강 도시인 충칭거리는 '알토(ALTO)'세상이다. 충칭의 모든 택시는 '알토'다. 그 이유를 찾다 보면 '지방보호주의'를 만난다.양쯔강의 이들 3개 지방정부는 다른 도시의 차가 자기 지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높은 장벽을 쌓아놓고 있다. 후베이성과 상하이시는 시장을 막아놓고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있다. 중국 지방보호주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중국 내에서 자유무역이 침해받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도시가 현지 맥주를 보호하기 위해 타지역에서 들어오는 맥주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는 게 그 예다. 일부 지방은 화물운송권을 현지 회사에만 부여,수천리에서 화물을 싣고 온 타지역 트럭을 빈차로 돌려보낸다. 원활한 물류가 차단되는 것이다. 지방보호주의는 부패의 온상이기도 하다. 일부 지방정부는 세수를 위해 가짜 상품 공장을 묵인하고 있다. 지방법원은 법리와는 상관없이 타지역 기업과 소송이 붙으면,언제나 현지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지금은 많이 근절됐다고는 하나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짜고 밀수를 하기도 했다. 중국 국무원(정부)이 '국무원 303호 지시'를 각 지방에 내려보내 지방보호주의 타파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없다. 중국 지방보호주의는 지방 독립을 꿈꾸는 '제후(諸侯)정치 사상'과 맥이 닿을 정도로 뿌리깊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지방보호주의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계약 단계에서 지방정부의 특혜를 최대한 많이 따내는 것이다. 해당 지방시장을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베이징 시정부가 택시를 베이징에서 생산될 현대 쏘나타로 바꾸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중국 비즈니스는 앞뒷면을 모두 잘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