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서 긴급 안보 관계 장관 회의를 소집, 미국 테러참사 이후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회의 중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도 전화통화를 가졌으나 정확한 통화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미 테러사건 이후 말을 아끼며 어는 선까지 미국을 도와야 하는 지를 놓고 고민해 왔으며, 이는 아마도 지난해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각 부서 책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논의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ORT TV는 "우리는 항상 테러와의 싸움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우리가 만일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우리는 모든 문명사회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방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의회 지도자들과도 만날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앞서 21일 독일 ORT TV와 가진 회견에서 미국의 대(對) 테러 보복작전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에 군대를 지원하거나 미국의 일방적 결정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블라디미르 루샤일로 안보회의 서기를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3개국에 파견, 테러사태 이후의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지난 17일부터 중앙아 CIS 국가들을 순방하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계획에 대한 대응방안을 조율한 루샤일로 서기는 회의에서 순방 결과를 보고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회의에는 루샤일로 서기 외에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 보리스 그리즐로프 내무,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검찰총장, 발렌틴 코라벨니코프 합참차장, 유리 발루예프스키 합참 제1차장 등 핵심 부서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한편 그동안 미국이 아프간 공격을 위해 CIS 국가 영토를 사용하는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온 푸틴 대통령은 오는 25-27일 독일 방문을 계기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러시아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