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서유럽 국가들은 전대미문의 대형 연쇄 테러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미국의 성급한 보복과 이로 인한 폭력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이와 함께 유럽 여론은 이번 사태로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방어체제의 무용성이 드러났다며 반미감정 고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 체제의 구축을 제고할 것을 미국에 주문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대미 테러 발생 이틀째인 12일 미국과의 군사동맹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 및 개별 국가 차원에서 테러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개별 국가들은 서둘러 자국의 대테러 조치를 강화했으며 나토, EU 등은 전날에이 어 이틀째 비상회의를 소집해 사태 현황, 보안조치,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서유럽은 일제히 미국에 대해 애도와 위로를 표명하고 미국의 테러 응징 조치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 불사를 다짐했다. 특히 나토는 12일에만 2차례의 비상회의를 소집해 미국에 대한 이번 공격을 나토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방어조치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나토가 미국과의 공동방어를 선언할 경우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대테러 작전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같은 테러규탄, 미국의 테러 응징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섣부른 보복, 이로 인한 폭력의 악순환, 대규모 국제 전쟁을 우려하는 여론역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벨기에의 드 스탕다르지는 "강력하고, 대규모이며, 가차없는 보복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이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냉정을 되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리브르벨지크지는 "새로운 전쟁, 시대가 도래했고 중동이 이번 테러를 자행했다면 이 지역이 바로 뉴욕처럼 산산조각날 것"이라며 "증오와 불신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개탄했다. 포르투갈의 엑스프레소지는 "이번 사건이 미국민들에게 슬픔과 분노를 유발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준 만큼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보복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폭력에 굴복해서도 안되겠으나 테러에 테러로 대응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엘패는 "확고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섣불리 테러 책임자를 지목했다가는 더 큰 부정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엄청난 도발 앞에서도 분명히 자제해야 한다"며 "문명사회가 문명화된 가치를 저버리고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테러분자들에게 패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의 인포메이션지는 "어떤 미사일방어체제도 부시를 이같이 대규모 비인간적 테러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라 스탐파지는 "적이 없는 전쟁에 관한 한 핵무기도, 미사일방어체제도 소용없다"고 강조했으며 스페인의 엘 문도지는 "미국과 서구에 대한 위협은 수천㎞ 떨어진 미사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한줌의 과격 테러분자들로부터 나온다"고 경고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