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연쇄 국제금융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으로 시작된 이번 회의는 G10 재무장관회담
(4일), 국제통화기금(IMF) 잠정위원회(4일), IMF 개발위원회(5일), G22
재무장관회담(5일)을 거쳐 이제 제53차 IMF 연차총회(6~8일)만을 남겨놓고
있다.

아직 IMF 총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회의성과는 말의 성찬에
그쳐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현안마다 아이디어는 풍성했지만 이렇다할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 G7 재무장관 회담 :국제금융체제 개편, 신흥시장 경제위기 등을 주요
의제로 6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가졌으나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각국이
책임을 다한다"는 원칙론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특히 최대의 관심사였던 선진국 공동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당사국인 프랑스
와 독일로부터 언급이 없었다.

회담은 대신 일본의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내수부양을 촉구하는데 비중이
두어졌다.

G7은 회담을 마친후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의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공적자금
을 신속히 투입토록 촉구했다.

G7 성명이 개별국가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G7은 또 클린턴 대통령의 아시아위기국 외채탕감 등 제안과 관련, IMF를
주축으로 새로운 긴급융자제도의 신설을 계속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와함께 단기자금의 이동문제에 대해서는 헤지펀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
하기로 합의했다.

<> IMF 잠정위원회 :금융위기 재발 방지대책을 논의, 현행 금융체제를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했으나 구체방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국제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 여부와 현행
국제금융기구들의 구체적 개선방안에 대해 엇갈린 대안들을 제시했다.

이에따라 IMF/IBRD(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IBRD 개발위원회 :모든 국가들이 시장개방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보호주의에 대항해야 하며 국제금융기구들과 함께 부패추방과 올바른 금융
체제 관리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국제금융위기에 대처하는 IMF와 IBRD의
협조문제를 지적했으나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회의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그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최근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금융부문의 개혁 추진 노력에 두 기구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이 증가돼 왔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특히 지난달 양기구의 통합까지 촉구한바 있다.

<> G22 재무장관회담 :4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추가했으나 모두 서유럽
국가들 뿐으로 국제무대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빈국들의 불만을 가라앉히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G22에 새로 가입이 허용된 나라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이다.

이로써 G22는 G7과 이들 4개국을 포함한 11개국(G10), 한국을 비롯한 15개
신흥국가를 포함해 회원국이 모두 26개국으로 늘어났다.

G22의 이번 회원국 확대와 관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고는 회원국이
전혀 없는 아프리카 등 빈국들은 포함되지 않아 이들 국가의 불만이 고조
되고 있다.

< 워싱턴=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