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들이 앞다투어 재정긴축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번져오는 환란의 불길을 진화하기 위해서다.

"허리띠 졸라매기"에서 위기탈출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8일 일련의 재정긴축 조치를 발표했다.

98년 재정지출 4%(34억달러) 삭감, 재정통제위원회 구성, 예산낭비
긴급제동 등이 주내용이다.

이중 "예산낭비 긴급제동"은 정부 각부처로 하여금 10월말 이전에는
올해 예산배정액중 80% 이내에서만 지출토록 통제하는 조치다.

에콰도르 정부도 이날 예산을 삭감하고 세수를 확대하는 내용의
재정긴축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피델 하라미요 에콰도르 재무장관은 TV연설에서 "에콰도르 경제가
거의 무너질 지경"이라며 "위기돌파를 위한 재정긴축 긴급대책을
이달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베네수엘라도 지난주말 "1억6천만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삭감,
올해 재정지출을 총 45억달러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중남미 각국이 일제히 재정긴축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렸던 중남미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간의 정책협의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회의에서 IMF측은 중남미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재정수지의
개선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브라질의 경우 재정적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이며
에콰도르 등 다른 국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올들어서는 원유가격이 급락하고 커피, 바나나 등 농산물도
흉작이어서 재정수지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재정수지 악화는 국가신용도 하락-외자이탈-통화가치 및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중남미 경제에 위기감을 고조시켜 왔다.

IMF의 처방은 바로 이같은 악순환의 단초격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중남미 국가들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체이스증권의 중남미담당 부사장인 그레이엄 스톡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올해 대통령선거 후에 추가적인 재정개혁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뱅크보스턴의 신흥시장 분석가인 재비어 쿨레스도 "브라질의 조치는 매우
제한된 범위"라며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