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화를 잡아라"

국제금융시장에서 독일 마르크화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고 있다.

달러당 마르크환율은 9일 한때 1.7333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7일 이후 3개월반만에 최고치다.

반면 일본 엔화는 달러당 1백21엔선에서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마르크화 급등 요인은 크게 두가지.

우선 독일의 금리인상이다.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환매조건부(레포)금리를 현행 연 3.0%로 3.3%로
올렸다.

인플레예방차원에서 마르크화강세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마르크화는 얼마전까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8월 6일엔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마르크약세는 수입상품가격을 크게 올려 물가를 자극해 왔다.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선 더 이상 약세를 방치하기 힘들게 됐고 이를위해
"예상보다 빨리"(외환시장전문가들의 분석)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두번째는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총리의 사임.

사회복지삭감을 골자로 하는 긴축예산안을 공산당이 거부한 탓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EMU(유럽화폐통합)가입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불안을 느낀 금융시장에서는 이탈리아 리라화를 대거 팔고 대신 마르크화를
사들였다.

리라화는 이날 달러당 1.714에서 1.717로 떨어졌다.

마르크화 강세는 계속될 것인가.

해답중 하나는 달러화의 움직임.

달러화는 앨런 그린스펀 FRB(미국중앙은행) 의장의 "인플레우려" 발언으로
위축받고 있다.

하지만 예측은 힘들다.

그린스펀발언직후 급락했던 주가와 채권값이 발빠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만일 달러가 강세로 돌면 마르크의 강세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될
뿐이다.

하지만 마르크화가 당분간 외환시장의 "황태자주"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 만큼은 분명하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