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사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은 소수 엘리트다.

누가 총수의 자리를맡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라지는 이유도 이래서다.

미경제격월간지 포천은 최근호에서 21세기 미재계를 이끌어갈 50세이하의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 6명을 선정했다.

이들 차세대 재계 지도자들은 모두 직원들을 코치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자상한 경영인"의 모습을 지녔다.

과거 권위주의적 기업총수와는 사뭇다르다.

대부분 해외근무를 거쳤다는 점도 국제화시대에 등장한 이들 유망
경영인들의 특징이다.

컨설턴트의 경력과 MBA학위 소유자도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성공한 미재계 유망주 브라이언 루더 <하인즈 사장>의 경영비결을 소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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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더 사장(42)은 "커뮤니케이션의 마술사"다.

회사 수위나 말단직원에게도 소리치며 명령하는 법이 없다.

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잡담하거나 정문앞에서 수위와 수다떠는 모습이 이
회사에서는 낯설지 않다.

누구나 친숙하게 끌어들이는 강력한 친화력 때문에 콩밭에서도 하인즈의
콩통조림을 팔 사람이라고들 한다.

루더의 이런 재능은 대물림 덕분이다.

루더의 아버지 빌 러더는 뉴욕에서 손꼽히는 PR업체 러더-핀의 창립자였다.

어려서부터 슬로건 하나가 내뿜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배우며 자라났다.

힘있는 기업인은 큰소리로 책상을탕탕 내리치는 폭군이 아니라 "따뜻하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경영자"라는게 러서의 생각이다.

루더는 자신을 "직원들의 머리를 여는 깡통따개"로 비유한다.

직원들의 머리를 열고 아이디어를 집어넣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회의때 여실히 드러난다.

루더는 "케첩은 애들이 손가락에 찍어 그림을 그리는 친숙한 음식이다"라는
화두만 던진다.

그러면 회의참석자들 사이에는 자유토론이 벌어지고 케첩을 친숙한 놀잇감
으로 그려내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만화라벨이다.

하인즈는 현재 일부 케첩제품에 만화를 그려넣어 생산하고 있다.

직원들 하나하나의 경쟁력강화는 회사의 실적을 올리고 결국 경영자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게 루더의 경영철학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