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의 주식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던 14일은 한국의 산업계나
금융계에 하나의 획을 긋는 대사건으로 기록될것 같다.

산업측면에서는 한국기업이 명실공히 세계기업의 반열에 올라 당당하게
해외기채를 할수 있게 됐다는 것이고 금융측면에서는 자본국제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견함이 한국쪽에서 본 시각이라면 윌스트리트의 시각은
또다른 것이다. 그들은 거대기업 포철의 늦깎이 등장을 대단히
의아스럽게 여기고 있다.

해외에 알려진 몇안되는 간판기업이 그것도 조강생산기준으로 세계
2번째의 회사가 이제서야 심사를 받는 꼴이 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곳 월가의 국제화추세는 대단히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뉴욕증시에서 A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한 해외기업이
1백30개를 넘고 있다.

선진국 기업도 있지만 한국의 뒤를 바싹 쫓고있는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지의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심지어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기업까지도 상장이 돼있다.

한국만 못한것 같은 또한 분명 그러한 나라의 기업들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국제화 세계화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금융의 월가대비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상장조인식후 21세기 클럽 오찬장에서 만난 골드만 삭스의 한 관계자는
포철의 재무제표를 보고 내심 놀랐다고 실토한다.

이렇듯 내실있는 회사가 그렇게 흔치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99년까지 생산시설을 늘려 세계 제1위의 업체로 부상하고
앞으로 10년후 세계 1백대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은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비단 포철뿐이 아니고 한국의 기업구조는 탄탄한 편이다.

아시아지역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만큼 전후방산업이 탄탄한 나라도
없다.

미국의 투자가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갖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국제화여건은 어느정도 마련돼 있는 셈이다.

비록 뒤늦은 윌가 데뷔였지만 이 작은 포철의 발걸음이 한국산업과
금융의 국제화에 커다란 전진을 가져올 것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