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회사들은 해마다 열리는 주주총회로 바쁜데 이곳에서도
총회꾼들이 제철을 만난듯 활개치고 있다.

세번째 이혼한 사연을 하나도 서글프지 않게 주주총회장에서 연설해
대는 여자총회꾼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름난
최고경영자의 저서에 서명을 간청하는 애교파도 있다.

호시탐탐 긴급동의를 노리는 로비단체대표가 빠질 수 없는 것도 기업
사회의 희비쌍곡선을 연출하는 미국 주주총회의 한 모습이다.

제너럴 모터스의 스메일회장 같은 이는 아예 주총무용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영방침과 전망, 운영상황이나 이익, 자산상태를 파악하는등의
본래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할일없는 노인네들의 괜스런 투정이나
호사가들의 소일꺼리가 되고 말았다는 혹평이다.

그러나 예전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회장이나 현재 미국 최고경영자
중에서 가장 꾀보로 알려진 제너럴 일렉트릭의 잭 월치회장은
정반대다. 일년에 한번, 몇시간 정도 그러는게 대수냐는 것이고 그게
민주적 기업운영이라는 주장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법률및 홍보 전문가들을 동원, 몇주일씩 준비를 해서
연례행사를 치르는데 으례 도너츠와 커피등이 나오고 점심으로는 샌드위치
도시락이 나오기도 한다.

총회후엔 공장견학 또는 신제품 참관등이 준비되기도 한다.

총회꾼에 대비한 방비도 제법 다양하고 치밀한데 어떤 회사는 큰 시계를
설치해놓고 발언시간을 제한한다. 많은 회사들은 발언제한 시간을 넘길때
마이크전원을 꺼버리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1인 1회 질의의 방식을 써서 발언통제를 꾀하거나 질문내용을
미리 제출받고서야 등단시키는 등 사전검열제도 쓴다.

그러나 무슨 방도를 쓰더라도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있는데 바로 전문
총회꾼들의 활동이다. 이들은 로비스트이다.

주총 전문 로비스트들중 가장 유명한 것은 ICCR이란 단체의 대표다. 사실
이 단체는 어마어마한 기관이다. 투자규모가 4백억달러에 이르고 2백50개
의 범종교단체가 참여하고있는데 이들은 주요 타깃회사를 미리 선정
결의안제출에 필요한 만큼만 주식을 소유한다.

그리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정의 실천이란 관점에서 경영층에
압력을 줄 안건을 해마다 되풀이 제출, 표결에 부치도록한다.

뉴욕시 연금관리기금도 5백억달러 규모로 총회꾼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외에 지구의 친구 라는 환경단체,의복,섬유노동자연합등 노조단체에다
프랭클린 연구개발투자회사 등 일반회사와 공정보도추진단체 동성애단체
등이 전문총회꾼으로 명성을 얻었다.

ICCR은 올해 필립모리스 담배회사에 담배경작농의 전업추진,금연단체와의
송사중지 결의안을 제출, 유효표의 5%를 획득했다.

이들은 그것으로도 의의를 느끼는데 남아프리카의 흑백분리에 항의하는
결의안은 애초 3%획득으로 시작해서 끝내 성공을 이끌어냈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10%획득이다. 그정도 수준이면 경영층이 으례 타협을
꾀하기 때문이다. 올해 이들은 세계 최대의 언론매체인 타임워너사에다
담배광고 게재중단을 요구했다가 협상기미를 보이자 취소했다. 밀고
당기는 수법에도 능한 것이다.

80년대만하더라도 이들은 아일랜드사태, 무기생산, 소수민족채용등의
문제에 매달렸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어느새 환경문제가 최대쟁점으로 등장했으며 미얀마제재문제 제약회사등의
가격정책, 후진국진출기업의 도덕성결여등이 가장 많이 부각되고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벤 앤드 제리탄 식품회사의 주주총회방식은 항상 모두를
흐뭇하게 한다. 이들은 이틀동안 주주총회를 하는데 간단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의 회의가 끝난뒤 자사제품인 아이스크림으로 파티를 연다.

음악과 춤에다 미술이 곁들인 파티와 아이스크림 포식의 기회까지
주어지니 그들의 주총은 항상 인기 최고이고 모두를 행복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