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도대체 믿을 수 없다" 요즘 미통상관리들은 한국사람만
만나면 열을 올리며 이같은 말을 내뱉는다.

앞에서 합의해 놓고 뒤로 돌아서 딴소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을수
있느냐면서 한국정부관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로한다.

이번 달 초에는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가 한승주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방적인 조치발동 운운하며 미국의 불만과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 한장관을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순조로왔던 한미통상관계가 올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에는
이같은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이 최대의 통상현안이 되고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신감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국내에서 파동을 일으켰던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 지난해 12월 제네바에서 미국과 합의한 이행
계획서를 농산물의 경우 GATT사무국에 제출할때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꿨던
것이다. 검증과정에서 미국이 이를 발견하고 정정을 요구,결국 최종적인
이행계획서는 미국과의 합의내용을 반영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정부
관리들을 못믿을 사람들로 낙인찍고 말았다. 농산물뿐만아니라 전자제품
일부 공산품목도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농산물및 일부공산품목의 최종 이행계획서를 수정
제출,결국 실익도 못얻으면서 국제적인 신의만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도 신의문제에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회피하기에는 어려운 일면이 있다.

지난해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체결한 협정에 자동차관세인하는 추후
한미간 장관회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조항을 근거로 자동차관세인하를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관세인하의 폭은
합의하지 않았지만 관세인하는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착색제,석유수지등 일부화확제품의 경우도 한국이 지난해 관세인하를
합의해 놓고 GATT에 제출하는 이행계획서에는 빠져있어 미국의 불신을
사고있다.

이경우 한국은 지난해 관세인하 예외품목으로 미국에 통보했다고 주장
하는데 비해 미국은 그런 통보를 받은 사람이 없다고 주장,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사실이야 어떻든 미국입장에서는 한국정부를 불신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정부관료들의 단견과 협상과정에서의 부주의와 미성숙이 불신만
자초,오히려 국익에 해를 끼치는 것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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