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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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의 주가가 다시 불을 뿜으며 100만원에 다가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에코프로가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종목)에 등극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에코프로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역대 5번째 황제주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의 주가는 장중 97만4000원까지 치솟아 전날 기록한 52주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매도' 리포트가 나오는 등 고평가 논란에 주가가 한동안 주춤했지만, 테슬라가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며 상승세에 올랐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연초 대비 8배 이상 올랐다.

'쇼트 스퀴즈'도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식이 계속 상승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아야(쇼트커버링)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더욱 폭등하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에코프로 주가가 20% 급등할 때, 주요 공매도 주체인 외국인은 에코프로를 324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날 기준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는 1조2562억원에 달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 투자사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등이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급등하자 종목토론방(종토방)도 들썩였다. 최근 에코프로의 종토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황제 폐하 납신다, 공매도 세력은 비켜라', '100만원도 저렴하다 200만원까지 갈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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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종목은 없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그나마 최근 황제주는 태광산업이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2월 22일 100만7000원에 거래를 마친 이후 종가 기준 100만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작년 2분기 10년 만에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해 주가는 6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에선 16년째 황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주가가 오른다면 에코프로는 동일철강에 이은 역대 5번째 코스닥 황제주가 될 전망이다. 동일철강은 2007년 9월 7일 110만28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당시 동일철강의 주가는 1개월 만에 10배 이상 올랐다. 범LG가(家) 3세로 알려진 투자자 구본호 씨가 동일철강의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과거 구본호 씨는 손대는 기업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코스닥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다만 동일철강은 같은 해 10월 23일을 끝으로 100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이후 액면 분할됐다.

동일철강에 앞서 핸디소프트(상장사 핸디소프트와 다른 기업), 신안화섬, 리타워텍 등이 역대 코스닥 황제주들이었다. 이 가운데 리타워텍은 '리타워텍 사건'으로 유명하다. 리타워텍 사건은 최유신 회장이 2000년 코스닥 상장사 리타워텍을 인수한 뒤 100일 만에 주가가 200배 올라 주가조작 논란에 휘말렸지만,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우량한 기업들이 코스닥에 머무르지 않고, 코스피로 옮기는 경향이 있다보니 코스닥에서 황제주가 나오는 사례가 적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스피 시장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네이버, 카카오 등 코스닥으로 증시에 진입했던 우량기업들도 코스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빅테크는 나스닥에 상장돼있다"며 "국내에서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엄벌해 시장 신뢰도를 높여 우량한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