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新)외부감사법(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이 2017년 하반기 발효된 이후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몸값이 상장사들보다 빠른 속도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사들이 민간기업과 금융당국 등 공공기관에 가지 않고 회계법인으로만 쏠리는 현상도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사 몸값 ‘고공행진’

18일 금융감독원과 상장회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3~6월 결산법인인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이른바 빅4 대형 회계법인 임직원들의 연평균 급여는 2021회계연도 말 현재 1억3418만원에 달했다. 같은 시점 상장회사 평균 연봉(6031만원)의 배가 넘었고, 자산 2조원 이상인 대형 상장회사 평균 연봉(9859만원)보다는 36% 많았다.
新외감법 4년 만에…회계사 몸값, 상장사보다 더 뛰어
2017회계연도에 9531만원이었던 빅4 회계법인의 평균 연봉은 그해 10월 신외감법이 발효되면서 빠르게 상승했다. 2018회계연도엔 6.9% 상승하면서 1억195만원으로 1억원을 넘어섰고, 2019년 1억1180만원, 2020년 1억2256만원, 2021년 1억3418만원으로 높아졌다. 4년 새 40.7% 상승한 것이다.

반면 상장사 평균 연봉은 5027만원에서 6031만원으로 4년 새 19.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회사 평균 연봉은 7479만원에서 9859만원으로 31.8% 올랐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빅4 회계법인의 평균 연봉이 급증한 데는 감사 시간 및 보수가 모두 증가하면서 회계법인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감사 시간은 표준감사시간제,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의무화 등으로 2017년 기업당 평균 1700시간에서 2021년 2447시간으로 증가했다.

시간당 감사보수는 7만4000원에서 10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강제로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배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면서 회계법인의 협상력이 크게 높아진 결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외감기업이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경우 시간당 감사보수는 평균 9만원 선이다. 지정을 받으면 이 금액이 11만~12만원으로 뛴다.

감사 부문 매출이 급증한 가운데 재무자문 및 컨설팅 부문 호황마저 더해지면서 빅4 회계법인의 매출(컨설팅 포함)은 2021회계연도에만 20%씩 넘게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총 3조원을 돌파했다.

기업의 회계 인력 확보는 ‘난색’

대형 회계법인 평균 연봉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회계사들이 회계업계로 쏠리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내 총등록회계사 중 회계법인 소속 비중은 2016년 53.2%에서 2021년 57.4%로 높아졌다. 회계사의 회계업계 종사 비중이 20.8%, 42.6%에 그친 영국, 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민간기업·금융회사·금융당국 등에선 회계사 자격증을 지닌 전문인력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간 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을 2018년 850명에서 2021년 1100명으로 늘렸지만 민간기업 등은 회계사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한다.

한 대기업 회계 담당자는 “외부감사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올초 회계사 내부 채용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며 “회계법인에 비해 연봉을 맞춰주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기업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의무화에 이어 상장사 대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등도 추진되고 있다”며 “회계사 선발 인원을 확대해 과도한 회계사 공급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회계 전문인력이 일반 기업, 금융회사 등 각계로 퍼져야 한다”며 “회계사가 회계업계로만 쏠리면 회계 관련 규제를 아무리 늘려도 국가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이동훈 기자 always@hankyung.com